출제경향 분석 - 서울지역 타 대학과 유형 비슷

2009학년도 입시에서 한양대는 정시논술을 폐지했다. 그러나 수시모집에서는 일반 우수자 전형에서 논술능력을 바탕으로 학생을 선발하겠다고 발표했다. 논술성적 80%로 모집 인원의 절반을 우선선발하고, 논술성적 50%로 나머지를 선발한다. 어느 전형이든 논술능력은 한양대 수시 선발의 핵심 요소가 되는 것이다. 2009학년도 입시에서 논술의 중요성이 줄어들지 않았음을 확인하게 하는 대목이다.

2008학년도 한양대 정시 논술문제는 제시문의 독해 수준이 비교적 평이하다. 고교 교과서에서 출제된 것은 아니지만 수능시험에서 비문학 독해 지문을 읽어낼 정도의 능력이면 충분히 독해가 가능한 수준이다. 하지만 함께 제시한 도표에 대한 해석은 그렇게 만만해 보이지 않는다. 두 개의 도표를 각각 읽고 그 둘 사이의 영향 관계와 의미를 해석하는 작업에 학생들은 상당 수준의 집중력과 분석력을 투입해야 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180분 동안 세 개 문항에 2천자의 답안을 작성하는 것이라 분량이 많지 않아 보이지만 세 문항 모두에서 해석과 분석력을 포함해 꼼꼼한 사고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시간에 그렇게 여유가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출제 형태는 서울 지역의 다른 대학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는데, 곧 논술 시험을 준비할 때 다른 대학의 기출문제를 함께 풀어봄으로써 통합논술에 대한 적응력과 대응능력을 함께 기를 수 있겠다.

각 문항별 특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문항 1은 평가형으로 500자, 문항 2는 요약 및 대안 제시형으로 500자, 문항 3은 비교분석 및 평가형으로 1천자를 쓰게 했다. 주제는 수도권 집중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평가하기, 사회적 가치의 합리적 배분을 위한 방안 제시하기, 사회계급과 문화 소비 현상에 대한 견해 비교 분석하기 등이다.

논제 분석 - <문항 3> 두 가지 요구사항 파악

<문항 1>은 수도권 집중화 문제 해결방안으로서의 지방 분권화에 대해 비판할 것을, <문항 2>는 제시문의 핵심 주장 요약과 사회적 가치 배분에 관계된 갈등 상황의 극복 방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한다.

<문항 3>은 문화 소비에 대해 견해를 달리하는 세 가지 관점의 제시문과 도표를 제시해 물음에 답할 것을 요구한다.

문제에는 두 가지 요구사항이 있다. 하나는 제시문에 나타난 세 학자의 견해를 비교해서 밝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제시된 도표를 활용해 학자 B와 C가 학자 A의 견해를 각각 어느 정도 타당하게 비판할 수 있는지를 논술하는 것이다.

두 번째 요구사항은, B와 C학자가 A학자의 견해를 비판하는 데 지닌 한계를 각각 분석하라는 측면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한편으로 A학자의 견해를 비판하기에 B학자와 C학자 중 어느 학자의 견해가 더 타당한지를 분석하라는 측면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이 글은 후자의 입장에서 답안 작성의 길잡이를 제시할 것이다.

제시문 분석과 도표 해석 - 정확한 분석력이 글에 드러나야

1. 제시문 분석

<문항 1>의 <가>는 철도나 전화로 인한 시공간 축소가 도시화, 집중화를 가속시켰다는 내용이고, <나>는 IT 발전과 KTX 개통이 행정중심도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데 이는 수도권 집중화 문제의 해결방안이 된다고 했다. <다>는 KTX 개통으로 인해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심화됨을 나타내는 사례이다.

<문항 2>의 <가>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이 지닌 욕망은 무한한데 자원은 유한해서 다른 사람과의 경합관계는 필연적으로 발생한다는 내용이다. <나>는 사회적 가치 배분을 위한 권위적 메커니즘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다>는 생산물이 정당하게 분배되지 않는 착취 구조를 타파해야 한다는 근로자의 주장을 담은 글이다.

<문항 3>의 <가>에서 학자 A는 사회 계급적 요인이 문화 소비 취향을 구조적으로 결정한다고 주장한다. 문화 상품의 소비가 개인의 취향에 따라 결정되지만 그 취향은 개인이 속한 사회 계급의 성향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런 견해에서는 계급이 같으면 문화 소비의 성향이 비슷하고(동질화) 계급이 다르면 그 성향이 다르다(차별화)고 본다. <나>에서 학자 B는 미디어와 거대 문화 자본 등의 영향으로 사회 계급 간 문화 격차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즉, 매체의 발달로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유통됨에 따라 사회 구성원 간의 문화 격차가 해소된다고 본다. 이런 견해에서 소비문화는 후기 산업 사회적 특성으로 인하여 사회 구성원 간 동질화 경향을 띠게 된다. <다>에서 학자 C는 소득의 증가와 개인주의화 추세로 인해 소비가 다양화, 차별화된다고 주장한다. 사회 계급적 구조나 소속과 무관하게 개인별로 세분화된 문화 소비가 활성화된다고 보는 견해이다. 이런 견해에 따르면, 소비문화는 계급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개인의 여건과 취향에 따라 극히 차별화되는 경향을 띠게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2. 도표 해석과 활용

<문항 3>의 핵심은 도표 해석을 통한 비판의 논거 마련하기이다. 비판 논거를 도표와 무관한 것을 일방적으로 세워서는 논제에서 벗어난 답안이 될 것이고, 도표를 제대로 해석하지 않고서는 답안을 쓸 수 없다. 도표 해석을 제대로 하고, 논의를 뒷받침할 만큼의 해석을 해낸다면 답안 작성은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1) 도표①에서 자본가 계급은 스포츠 관람을 거의 하지 않고 여행과 오페라·클래식공연·전시회 관람을 많이 하는 반면, 노동자 계급은 스포츠경기와 영화 관람을 주로 하고 그 외 고급문화 소비 실적은 극히 저조하다.

→ 이는 계급 내에서는 문화 소비 경향이 동질화되고, 계급 간 문화 소비 경향은 뚜렷이 차별화되어 있음을 보이는 자료로 해석 가능하다. A학자의 견해를 뒷받침하는 자료로 활용 가능하다.

(2) 도표②에서 스포츠경기나 영화 관람을 비롯해 전 영역에서 각 계층 간의 소비격차가 도표①에 비해 많이 해소되었음을 볼 수 있다. 즉, 자본가 계급이라고 하여 고급문화만 향유하고 노동자 계급이라 해서 대중문화만을 즐기는 경향을 보이지 않음을 볼 수 있다. 계급 구성원의 개인적 선호가 문화 향유 경향의 변화를 초래한다.

→ 이는 문화 소비의 동질화 경향이 계급 내에서 계급 간으로 확대됨을 보이는 사례가 되겠다. 이는 A학자의 '계급 간 차별화'를 비판하는 근거로 활용 가능한데 '미디어와 문화 자본' 원인보다 '개인주의화' 원인과 관계된 C학자의 입장을 뒷받침하기에 더 타당한 논거이다.

(3) 도표②를 통해 문화 소비의 개인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남을 확인할 수 있다. 도표①의 자본가는 스포츠 관람을 기피하고 노동자는 고급문화를 기피했으나, 도표②의 자본가 중에는 스포츠 관람을 좋아하는 이도 많고 노동자 중에는 고급문화를 향유하는 이도 많으므로 문화 소비 취향이 사회경제적 계급을 탈피해서 매우 개인화되는 양상을 볼 수 있다.

→ 이는 계급이 같으면 문화 소비 성향이 '동질화'된다는 A학자의 견해를 비판하는 C학자의 견해를 뒷받침하는 논거로 활용 가능하다.

(4) 도표②를 보면 문화 소비의 총량이 도표①에 비해 전 분야에서 증가했다. 그 중에서도 스포츠나 오페라의 총량에 비해 영화, 클래식, 전시회 관람의 총량이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분야는 비교 대상이 되는 스포츠나 오페라에 비해 미디어나 거대 문화 자본의 영향력을 많이 받는 분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미디어나 거대 문화 자본의 영향이 문화 소비 유형을 결정하는 데 기여하였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쓸 수 있다.

→ 이것은 B학자의 견해를 뒷받침하는 자료로 활용할 수 있겠다.

(5) 도표②를 볼 때, 전반적으로 계급 간 문화 소비 수준이 평준화되긴 했지만 계급 수준에 따른 소비 성향이 아직 남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국내외 여행이나 전시회 관람 같은 경우는 계급에 따른 소비 성향이 거의 완화되었지만 오페라와 클래식과 같은 고급문화 소비에는 계급적 성향이 남아 있음을 볼 수 있다.

→ 이것은 문화 소비의 계급적 성향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뒷받침하는 자료로 활용할 수 있겠다. 즉, 이는 문화 소비 현상이 계급화를 탈피하였다는 B학자와 C학자 견해의 한계를 지적하는 자료로 활용하면 좋겠다.

답안작성 길잡이 - 논리 설정능력·반박논거 제시 논리력 함께 발휘

<문항 1>에서 <가>와 <다>는 집중화라는 측면에서 같은 보조를 취하고 특히 <다>는 수도권 집중화를 심화한다는 입장인데, <나>는 수도권 집중화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지방 분권화를 주장해 <다>와 모순되는 입장을 취한다. 이 상황에서 수험생은 <나>는 분산의 효과가 인구 이주의 측면에서 발생하고, <다>는 수도권의 기능적 측면에서 일어나는 집중화 현상임을 지적해 정책적인 인구 이주만으로는 진정한 분권화의 효과를 달성하기 어려움을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완전한 분권화의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수도권에 집중된 의료와 문화, 교육 등 도시의 핵심 기능도 함께 이전시켜야 함을 주장하면서 답안을 마무리하면 되겠다.

<문항 2>는 <가>와 <나>의 핵심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인간의 욕망은 무한한데 자원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타인과의 다툼은 필연적이다. 이러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사회적 가치를 적절하게 배분할 권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이러한 갈등이 사적으로 해소된다면 무리가 없겠지만 규모가 커지고 복잡해지는 사회에서는 사적인 타협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권위적인 장치는 구성원들의 지지를 받아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는 농장주에게 근로자들이 착취당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저항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농장주로부터 농장을 빼앗아 근로자들이 풍요를 누릴 것을 주장하는데, 이같은 방식은 합당하지 못하다. 이러한 상황은 바로 인간의 욕망을 조정할 메커니즘의 필요성에 대한 근거가 된다. 이때 메커니즘은 근로자와 농장주 모두의 지지를 받는 정당성을 지녀야 한다는 사실을 언급하면 되겠다.

<문항 3>의 첫 번째 요구사항은 A, B, C 세 학자의 견해를 비교하는 것이다. 위 제시문 분석 내용을 결과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A학자의 견해는 문화 소비 성향이 계급 내에서는 비슷하고(동질적이고) 계급 간에는 다르다(차별적이다). B학자는 문화 소비 성향이 계급 간에 동질적이므로 사회 구성원 모두의 성향이 동질화된다고 주장한다. C학자는 개인 간 성향이 차별적이어서 계급적 성향을 상실함으로써 사회 구성원의 소비성향이 동질화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보면 A학자의 주장은 사회계급 구조에 따라 문화 소비 성향이 결정된다고 주장하고, B학자와 C학자는 문화 소비에 계급적 성향이 사라지고 동질화된다는 점에서 비슷한 견해를 보인다.

<문항 3>의 두 번째 요구사항은 A학자의 견해를 비판하기에 B학자와 C학자 중 어느 학자의 견해가 더 타당한지를 분석하고 비판 과정에서 한계가 있는지를 논하라는 것이다. 이 문제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도표 자료를 잘 분석하고 해석하여, 이를 논거로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첫 번째 요구사항에 대한 답안을 1/3로 작성한다면 두 번째 요구사항에 2/3의 답안을 작성하여 그 비중을 높여야 할 것이다.

먼저, 도표①을 활용해서 문화 소비에 대한 사회 계급적 해석(A학자의 견해)을 밝히고 도표②에 대한 해석을 활용해 사회 계급적 해석에 대해 비판하는 B, C학자의 견해를 밝힌다. 이때 도표②에 대한 해석에 따라 B, C 중 더 타당한 견해가 어느 것인지 논거를 바탕으로 밝히고, 또 그러한 주장이 갖는 한계도 밝혀주면 되겠다. 이 과정에서 수험생의 자료 분석과 활용 능력, 논거 설정 능력과 반박 논거를 제시하는 논리력이 함께 발휘된다면 좋은 답안을 작성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