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중산층은 외형적인 면에서는 안정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집단에 소속된 존재가 가지는 유사성과 연대 의식은 매우 취약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여 행활 환경을 개선하는 데에는 성공하였으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층의 계층 분화 현상과 증가하고 있는 상층의 과시적 소비에 따라 상대적인 궁핍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중산층은 하나의 계층이라면 당연히 지니고 있어야 할 응집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또한, 무정형의 속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일정한 가치에 대해서도 정형화된 태도를 보이고 있지 않다. 그리하여 때로는 대중 매체의 상징 조작에 부응해 비규범적 행동 양태를 나타내기도 한다.

현대의 한국 사회에서 대중 매체는 사람들의 흥미를 스포츠나 드라마, 인기 스타에게 집중시킴으로써 대중들의 관심을 사회 문제에서 멀어지게 만들었다. 그래서 중산층은 오락에 빠지거나 소비적인 생활을 하기도 하며, 사회에서 발생한 어떤 문제에 관해서도 흥미 본위의 뜬소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즉, 현대 한국 사회의 중산층은 그 사회 구성원 모두의 이해관계와 관련된 공동의 의식을 형성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노력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중산층의 성향은 상당 부분 왜곡되어 왔다. 해방 이후에 남북이 분단되면서 나타난 이념의 단순화와 파행적인 정치 문화에 의해 중산층은 수시로 그의 정치적 태도를 바꾸어야 했다. 또, 중산층은 상류층의 과시적 소비를 경험하면서 상대적인 궁핍감을 느껴 왔다. 그러면서도 우리나라 국민들의 대다수가 자신들을 중산층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상대적 궁핍감에서 오는 심리적인 압박을 해소하기 위한 하나의 자위 수단일지도 모른다.